포항대도교회, '교회가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현수막 걸어

  • 2020-09-09 16:55

5일부터 교회 외벽과 야외 주차장에 자성의 목소리 담아

포항대도교회는 5일부터 교회 외벽 등에 코로나19 방역과 관련한 대시민 사과 현수막을 걸었다. (사진=포항CBS)

 

코로나19 재확산 우려 속에 강화된 방역지침 준수가 강조되고 있는 가운데 포항대도교회(담임목사 임정수)가 9월 5일부터 교회 외벽과 야외 주차장에 일부 교회의 부적절한 대처를 사과하고 방역지침을 지키겠다는 내용의 현수막을 걸어 화제다.

현수막에는 '코로나19의 부적절한 대처로 교회가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대도교회는 정부 방역지침을 준수합니다', '대도교회는 세상과 지역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는 이웃이 되겠습니다'라는 문구를 담았다.

임정수 담임목사는 "코로나19와 관련해 교회가 실수를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며 "이웃을 섬기고 예수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십자가의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항대도교회는 지난 2월부터 모든 예배를 온라인 예배와 병행했고 이후 식사와 소모임 금지, 거리두기 준수 등 방역수칙을 준수하면서 현재 대면예배의 경우 50인 이하로 진행하고 있다. 특히, '임과 함께'와 '유튜브 바이블', '목사님 궁금해요' 등 다양한 온라인 콘텐츠를 제작해 교인들과 소통하고 있다.

교회는 야외주자창에도 관련 현수막을 걸었다. (사진=포항CBS)

 

예장통합 교단 소속 포항대도교회는 지난 1904년 미국 선교사 맹의와 선교사의 전도대 활동을 통해 같은 해 5월 포항시 남구 대도동에서 첫 예배를 드렸으며, 지난 2015년 임정수 목사가 제 8대 담임목사(제15대 교역자)로 부임했다.

다음은 임정수 담임목사와 서면으로 나눈 일문일답이다.

- 어떤 취지로 현수막을 걸게 되셨나요?
"코로나19의 2차 대확산에는 교회의 실수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대부분은 방역지침을 잘 지켰지만, 비대면이 어려운 일부 교회에서 확진자들이 나오면서 질타를 받았는데요. 이 때문에 실제로 많은 분들이 불편을 겪게 됐고, 생계까지 위협받고 있습니다. 교회의 공교회성이라는 측면에서 스스로 교회의 실수를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 현수막에 대해 교회 구성원의 합의도 있어야 했을 텐데요?
"정부가 지나치다는 여론도 있어 조심스러웠지만, 당회에서 흔쾌히 동의해 주시고 만장일치로 결의해 주셨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당회원의 책임있고 성숙한 모습에 자랑스러웠습니다. 또 주일예배에서는 문구를 읽으며 이웃을 위해 함께 기도하기로 했는데요. 세상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교회인 것이 감사할 뿐입니다."

포항대도교회는 최근 인근 지역의 자영업 주민들을 찾아가 위로하고 격려했다. (사진=포항대도교회 제공)

 


- 인근 주민들은 교회 현수막을 보고 어떤 반응을 보이던가요?
"포항에서 이런 문구의 현수막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주민들께서 신선하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자기 교회의 일은 아니지만,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이 교회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게 된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 그동안 코로나19에 대해 보여준 교회의 대응은 어떻게 보십니까?
"무엇보다 정부의 방역지침을 믿고 따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분별한 가짜뉴스를 경계하고 현혹되지 말아야 하고요. 코로나19는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사건이 아니라, 시대가 달라지는 분기점인 것을 인식하고, 모든 목회적 계획을 처음부터 다시 점검해야 할 것입니다."

- 코로나19를 계기로 교회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 많아졌다는 지적입니다.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듯 기독교와 교회에 대해 온통 부정적인 인식뿐이에요. 하지만 현실을 부정하거나, 누구의 탓으로 돌리지 말고 겸허히 받아들이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합니다. 초대교회가 희생과 헌신으로 세상에 신뢰를 얻었듯이 한국교회도 이웃을 섬기고 예수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일로 돌아가야 할 것입니다. 십자가의 정신으로 섬기고 희생하는 것이 바로 예수님의 방법입니다."

포항대도교회는 지난달 8일 어려움을 겪는 지역 어르신을 위해 삼계탕과 마스크 나눔행사를 가졌다. (사진=포항CBS)

 


- 교회의 사회적 책임이란 무엇일까요?
"교회도 사회라는 거대한 구성원 중 하나이기 때문에 성경에 위배되지 않는다면 사회의 요구와 바람을 따르는 것은 당연합니다. 더 나아가 건강한 사회, 민주적 사회가 되도록 교회가 앞장서고 이끌어야 하죠. 교회가 세상의 희망과 보호처가 됐을 때 세상 또한 교회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사회의 시대적 요청에 교회가 응답할 때, 세상도 교회에 귀를 기울일 것입니다."

- 코로나 이후 교회는 어떤 지향점을 가져야할까요?
"먼저 교회는 안전한 곳이어야 합니다. 안전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해야 할 것입니다. 둘째는 온라인 모임에 익숙해야 합니다. 셋째는 이웃과의 소통입니다. 세상은 우리가 복음을 전해야하는 곳인 만큼 사람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의지와는 상관없이 변화 앞에 섰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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