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피해 2차 소송 패소..."퇴행적 판결" 반발

  • 2021-04-21 18:31

2차 소송 재판부, "국가면제 예외 인정 어려워…권리 구제도 일부 충족"
원고만 다른 동일한 日 상대 '위안부 피해' 소송서 다른 결론
1차 소송 재판부, "반인권적 행위 재판권 면제, 불합리"
피해자 지원단체들, "역사를 거꾸로 되돌리는 퇴행적 판결"

[앵커]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을 상대로 법원에 제기한 두번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각하 판결을 받았습니다.

정의기억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역사를 퇴행시키는 판결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오요셉 기자입니다.

21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국내 법원에 제기한 두 번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선고 공판이 끝난 뒤 이용수 할머니가 판결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이용수 할머니와 고 김복동 할머니 등 20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를 각하하고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이한형 기자

 


[기자]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재판장 민성철)는 고 김복동 할머니와 이용수 할머니 등 20명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유족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각하했습니다.

재판부는 "국제관습법과 대법원 판례 등에 따르면, 외국의 주권적 행위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이 허용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한 국가가 다른 국가에 대해 자국의 국내법을 적용해 법적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국제관습 법상 '국가면제' 원칙을 판단 근거로 든 겁니다.

이같은 판결은 지난 1월, 1차 소송에서 법원이 일본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것과는 정반대의 결과입니다.

당시 1차 소송 재판부는 불법점령된 우리나라 내에서 자행된 일본의 불법행위에는 국가면제가 적용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1차 소송 재판부는 "국가가 반인권적 행위로 피해자들에게 극심한 피해를 줬을 경우까지도 재판권이 면제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국가면제를 적용하지 않았습니다.

2차 소송 재판부는 "국가면제 원칙을 적용하는 데 예외로 볼 사정이 없다"며 2015한일 위안부 합의가 피해 회복을 위한 일본 정부 차원의 권리 구제 성격을 갖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반해 1차 소송 재판부는 "국가면제 이론이 영원불변한 가치가 아니며 국제질서 변동에 따라 계속 수정되고 있다"며 "절대규범을 위반해 타국의 개인에게 큰 손해를 입힌 국가가 국가면제 이론 뒤에 숨어서 배상과 보상을 회피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기 위해 형성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황진환 기자

 


정의기억연대 등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단체 네트워크는 "인권의 최후 보루로서 책무를 저버린 재판부를 규탄한다"며 2차 소송 판결에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이들은 "자국의 국민이 중대한 인권침해를 입었음에도 가해자가 외국이라 그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것인가"라며 "역사를 거꾸로 되돌리는 퇴행적 판결"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상희 변호사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소송 대리인]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국제 인권적으로도 상당히 의미가 있고, 국제사회에서도 상당히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안입니다.
9개 나라 총 410명의 법률가가 (1차 소송) 판결을 지지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거든요. 그런데 오늘 이런 국제 인권적인 흐름, 개인의 인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흐름에 역행하는 판결을 했다는 점에서 다시 한 번 정말 유감(을 표하고 싶습니다.)"

한편, 법정에 출석해 선고 내용을 듣던 이용수 할머니는 판결이 끝나기 전에 먼저 자리를 떴습니다.

이 할머니는 울분에 찬 목소리로 반드시 국제사법재판소로 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용수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너무 황당합니다. 저 결과가 좋게 나오든 나쁘게 나오든 간에 국제사법재판소로 갑니다. 꼭 갑니다.

소송을 낸 원고 측 변호인단은 "이번 판결에 굴하지 않고 항소해 다시 한번 진실과 정의에 입각한 판단을 법원이 내려줄 것을 요청하겠다"고 밝혔습니다.

CBS뉴스 오요셉입니다.

[영상취재 정선택 최승창] [영상편집 서형민]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