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 논평] 한가위 유감과 소망 - 김형국 목사

  • 2021-11-09 14:39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위만 같아라." 하늘은 높아지고, 오곡백과가 풍성한 추석, 추석은 일년 중 가장 큰 명절 중의 하나입니다. 이번 한가위, 여러분은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벌써 2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팬데믹 상황 속에서, 2000명대를 넘나드는 확진자 수와 높아진 백신 접종자 수에도 불구하고 우려되는 돌파 변이 증가로, 그리웠던 고향 방문도, 지인들과의 정겨운 담소도 모두 조심스럽기만 합니다.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통해 추석 민심이 형성되곤 했는데, 세월이 갈수록 나눌 이야기는 빈궁해지기만 합니다.

양당 대선 후보들의 공방은 피로감만 가중시킵니다. 우리 사회의 당면한 문제와 미래에 대한 고민과 연구, 그리고 이에 대한 대안 제시와 토론은 상실되어 버렸고, 검증이라는 이름으로 도덕적 문제를 서로 들추고 변명하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국민들을 무시하는 것인지, 아니면 우리 사회의 수준이 이 정도로 퇴행한 것인지 마음이 무겁기는 매한가지입니다.

교계 상황도 답답합니다. 코로나 상황이 끝나기만을 바라고 있는 대부분의 교회는 이 위기를 교회 갱신의 기회로 선용하지는 못하고 있고, 이미 지각 변동을 겪고 있는 세상에 대한 인식과 대안 마련은 요원해보입니다.

최근 한 목사님의 장례식에서 들려 온 몇몇 목사님들의 한 야당 대선 후보를 위한 안수 기도는, 군부독재 시절 조찬기도회의 부끄러움을 소환합니다.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된 시간과 장소에서 드려지는 힘있는 사람들에 의한 힘있는 사람들을 위한 기도는, 회당과 큰 거리 어귀가 아닌 골방에서 은밀히 기도하라신 주님의 뜻과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이번 한가위의 상황은 올 가을과 겨울, 그리고 내년, 그리고 아마도 그 이후의 세상의 서곡에 불과할 것입니다.

전 지구적 이상 현상은 지속될 것이고, 정치인들의 퇴행적 행보는 나아질 기미가 없고, 한국교회를 대표한다는 목회자들에게서 예수의 가르침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이렇게 한가위를 지나가고 있는 우리! 비난, 냉소, 무관심을 택해서 개인의 삶으로 칩거할 것인가, 아니면 이러한 척박한 상황 속에서도 의연히 자신의 길을 걷고 계시는 예수 메시아를 따라 걸을 것인가, 두 가지 길 위에 서 있습니다.

진정한 예수 따르미들은 메시아께서 시작하신 일을 계승하는 사람들입니다, "가난한 자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일", 즉 하나님나라가 절실한 자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삶에 매진할 것입니다.

"포로된 자에게 자유를 선포하는 일" 즉, 공동체를 잃고 유리하는 자들을 품을 수 있는 진실한 공동체를 세워나갈 것입니다.

"눈 먼 자들의 눈을 뜨게 하는 일", 즉 육신뿐 아니라, 모든 면에서의 왜곡을 바로 잡고 회복하려 애쓸 것입니다.

"억눌린 자들을 자유롭게 하는 일", 즉 사회적 불의에 의해 억압당하는 자들을 섬기며 오해와 고난을 마다하지 않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주의 은혜의 해를 전파하는 일", 즉 치열하게 공공의 선을 위해 애쓰지만, 소망은 완전한 회복의 날에 두고 인내할 것입니다.

인생의 추수 때도 오고, 역사 속에도 마지막 추수의 때도 옵니다. 그날에 한가위의 축복을 환한 얼굴로 누릴 수 있는 자들이 지금도 세상 곳곳에서 눈물과 땀을 흘리고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CBS 논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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