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논평] 종교개혁 504주년과 한국교회 - 이상화 목사

  • 2021-11-17 11:32

 

해마다 10월이 되면 목회자이기 이전에 개혁교회 한 성도로서 늘 가슴이 뜁니다. 10월에는 종교개혁기념일이 있기 때문입니다. 특별히 코로나19 상황속에서 504주년을 맞이하는 금년 종교개혁기념일은 10월 31일 주일입니다. 한국 교회가 이날을 기념하면서 단순히 504년 전에 있었던 역사적 사건을 기념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1517년 마틴 루터는 말씀의 본질에 집중하기보다는 비본질적이고 형식에 매몰된 가톨릭교회 지도부의 참상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어서 '오직 의인은 믿음으로 산다'는 모토로 개혁의 기치를 들었습니다.

이후에 루터가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개혁교회는 끊임없이 개혁되어야 한다'는
종교개혁의 대명제는 단순히 교회 내부의 개혁만 견인한 것이 아니라 전 사회를 새롭게 하는 동력이 되었습니다.

이런 역사적 흐름을 보면서 종교개혁의 후예들이라고 자처하는 한국교회를 돌아보며 스스로 이런 질문을 해 봅니다. 과연 지금의 한국교회는 자기반성과 자기 개혁이라는 측면에 있어서 종교개혁의 정신에 부합한 상황일까? 또 교회가 서 있는 우리 사회에 개혁과 자정 능력의 모범을 보여줌으로써 사회의 구성원들이 바른 길을 가고 궁극적인 희망을 갖는데 과연 대안적인 공동체로 서 있는가?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팬데믹 상황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솔직히 이 질문 앞에 저 스스로는 자신 있게 '그렇다'고 대답하기가 어렵습니다. 아마 대부분의 한국교회 구성원들이 저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교회가 세상보다 조금 나은 정도의 모습을 보이고, 일부 교회나 지도자들의 노력만으로는 "우리는 종교개혁의 후손들"이라고 말하는 것은 전혀 설득력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한국 교회가 스스로 종교개혁의 정신을 이어받은 진정한 개혁의 후예들이라고 자임한다면 현재 교회 내적으로 보여 주고 있는 일체의 부끄러운 일들을 말 그대로 가죽을 벗겨 낸다는 개혁의 의미 그대로 힘들고 아프더라도 잘라내고 깎아 내는 실천적 작업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종교개혁 504주년이 단순히 또 하나의 기념일로 지켜지는 것이 아니라 한국 교회 전체가 하나 되어 희망 없는 세대에 복음과 주님의 교회만이 유일한 희망인 것을 보여 주는 새로운 결단과 실천적 전략을 선언하고 행동하는 분기점이 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소망을 가져 봅니다.

특별히 한국교회의 공교회 대표성을 가진 연합체가 이 일을 실제적으로 추진해 주기를 기대합니다. 그래서 전 사회적으로 한국교회가 신인도를 회복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CBS논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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