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 논평] 개신교 교인수의 급락, 그리고 여전한 소망 -김형국 목사

  • 2021-11-17 11:32

 

가을 하늘은 청명한데 한국교회의 미래는 암울하기만 합니다.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한국교회는 급격하게 교인이 감소하여, 지난 한 해에만 주요 여섯 개의 교단의 교인 40만 명이 줄어든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이는 지난 10년 동안의 개신교인 감소 180만 명 중, 한 해 최고 폭입니다.

이 감소세는 한국교회가 팬데믹 속에서 보인 교회 안팎의 미숙한 대응과 대처에 주로 기인합니다. 온 인류를 덮친 팬데믹은 한국교회가 스스로를 자성하고 교회의 본질에 천착하여 갱신을 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안타깝게도 한국교회는 이를 선용하지 못하고 코로나가 지나가기만 바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코로나가 지나가거나 위드 코로나가 되면 한국교회는 회복될까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는 요소들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습니다.

일단 중소형 교회들은 현재 생존 자체에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적지 않은 교회들이 사라지고 있고, 일부 목회자들이 생계유지를 위해서 이중직을 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려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양적으로 성장하는 교회도 있습니다. 한쪽에서는 교회들이 사라지고 있는 상황인데 어떤 교회는 왜 성장하고 있는 것일까요? 가장 큰 이유는 소형교회 교인들이 대형교회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작은 교회이기에 누릴 수 있는 공동체성을 가지고 있지 않았던 중소형 교회의 교인들은, 온라인 예배 덕에 훨씬 좋아 보이는 예배, 즉 세련되고 의미있고 게다가 짧은 예배를 제공하는 대형교회를 방문할 기회를 얻었고, 특별히 이런 저런 한국교회의 고질적 문제를 가진 교회를 다니던 교인들은, 외적으로 문제가 없어 보이고 별다른 헌신을 요구하지 않는 대형교회로 이동하기가 쉬워졌습니다.

코로나 상황 속에서도 교인수와 헌금의 양이 증가하고 있는 대형교회들이 적지 않게 존재한다는 것은 교계에 알려진 비밀입니다. 팬데믹이 가져 온 중소형 교회들의 위기는 종교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교 기관으로 퇴행한 한국 개신교의 어쩔 수 없는 현주소입니다.

그러나 성장하고 있는 교회들에서 긍정적 이유도 찾을 수 있습니다. 그것은 그 교회가 가지고 있는 공동체성입니다.

주일에 온라인으로 예배를 드려도, 주중에 오프라인으로, 또는 온라인으로 만나며 공동체를 이어나가고 있는 교회에서는 성도들의 이탈이 매우 적습니다. 오히려 이번 팬데믹을 통해 공동체의 중요성을 깨달은 교인들이 이런 공동체성이 강한 교회를 찾아 이동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성장의 긍정적인 요인은 적절한 전도로 인한 회심의 열매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사회적 위기 상황은 사람들의 마음을 더욱 가난하게 만들고 삶과 죽음에 대해 질문하게 합니다. 이에 대해서 대답할 소망과 대안적 삶을 가지고 있는 교회들은 자연스런 전도와 회심의 열매를 얻고 있습니다.

저물어가는 2021년, 그리고 코로나와 함께 살아갈 2022년! 교회를 떠나는 자들로 인한 교인의 숫적 감소와 편리한 종교생활을 위한 교회 이동은 한국교회의 미래를 암울하게 합니다.

그러나 소망은 가을의 청명한 하늘처럼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진실한 공동체를 세우고 참된 회심을 추구하며 대안적 삶을 살아가는 성도와 목회자들이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CBS 논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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